작성일 : 18-11-01 11:50
한국 여자축구를 생각하다
 글쓴이 : 비쥬얼유학
조회 : 10  


한국에서의 여자축구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개 팀마저 위태위태하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한국 여자축구선수들이 북미 축구 유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한국 중등 여자축구팀에서 온 학생이 캐나다 축구팀에서 평가받는 과정을 지켜보니

꽤 흥미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그 선수는 자기의 포지션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자기의 테크닉과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기보다

매우 제한된 역할과 그에 따른 최소한의 능력만 보여주고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는 차치하고라도 뭔가 매우 답답하고 아쉬운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 선수는 지금껏 팀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담당해 왔을 것이다.

그 선수 또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바가 있다.


그 선수에게 잠시 포지션은 잊고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자유롭게 해보라고 요청했다.

기계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세 번째 평가에서부터

확연히 움직임이 많아지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공이 오면 패스만 하기 바빴던 선수가 운동장을 무대 삼아 기량을 펼쳐 보이더니

매번 골을 넣으며 동료들의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받기 시작했다.


나의 기대대로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을 조금씩 깨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금까지 했던 경기 중에서 제일 잘한 것 같다며

웃던 그 모습에서 한국 축구의 현주소가 어딘지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각자의 포지션은 다 다르며 팀웍을 형성해서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

단체 운동인 축구의 기본 원칙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한국의 선수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주어진 역할이나

팀의 승패에만 길들어져 개개인의 능력개발을 일찍이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교사가 학생에게, 어른이 아이들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가르치는

주입식 풍토가 스포츠에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북미문화는 자기 주도 형태의 학습을 중요시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고 축구도 예외일 수 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모든 스포츠는 남녀 혼성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가 널려 있다.


연령별로 팀이 이루어지고 각 팀마다 리그가 따로 있기에

선후배 경쟁 구도가 있을 수 없고

경기에서 배제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팀원 전원이 모든 게임에서 동등하게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과 스트레스가 아닌 자기개발과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여자축구는 초등학교팀이 중고등학교 수보다 적어서 선수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캐나다는 어렸을 때는 많은 학생이 즐겁게 운동을 하다가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추려지는 형태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할 뿐,

어렸을 때는 단연코 기본기와 기본 체력에 충실한 훈련을 한다.


덕분에 정작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에는 탁월한 체력과

탄탄한 테크닉으로 무장되어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여자선수들은 출산 이후에도 본인이 희망한다면

기꺼이 팀으로 복귀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자이기 때문에 선수로서 차별받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흡수해야 할 이른 나이에 이미 한계를 설정하여

가능성을 제한해 버리는 안타까운 한국 축구 환경이 개선되어

여자축구선수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그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이수민 양이 저희 업체에 하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5년 동안 축구를 해왔지만, 이번만큼 자기가 원하는 축구를 해본 적이 처음이었다는 말과

본인은 한국을 빛낼 여자 축구 선수로 성장하고 싶으니 최대한 도움을 달라는 수줍은 말이

평생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어 뭐든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